온-오프라인 결합 최초의 프로젝트…'마법의 경영전략'


요즘 미국 내 최고 히트 상품은 '해리포터'다.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 제 1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상영되고 있는 미국 내 8200여곳의 극장에는 관객들의 행렬이 줄어들 줄 모른다. 때마침 미국 내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연휴기간에는 극장마다 해리포터를 보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바로 2주 전 개봉됐던 디즈니사의 '몬스터 주식회사'가 제법 탄탄한 줄거리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화제를 모았었지만, 해리포터의 위세에 눌려 바로 관심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개봉 당일 3160만달러의 입장 수입을 올려 미국 영화 사상 신기록을 세운 해리포터는 첫 3일간 수입(9030만달러) 최고 기록도 갱신했다. 지난 97년 '쥬라기공원'이 첫 3일간 기록한 7210만달러보다 약 2000만달러가 많다. 해리포터의 기세는 거침없이 계속 이어져 5일 만에 입장 수입 1억달러를 돌파했다. 개봉 닷새 만에 입장 수입 1억달러 돌파는 지난 99년 개봉된 ‘스타워즈-에피소드1’에 이어 두번째다.

해리포터가 이렇게 영화 관련 각종 신기록을 양산할 수 있었던 데는 '쥬라기공원'이나 '스타워즈-에피소드1'이 개봉된 시기보다 입장료가 오른 것도 적지않은 기여를 했다. 97년 쥬라기공원 개봉 당시 미국 내 평균 입장료는 4달러59센트였으나 지금은 5달러60센트로 22%가 올랐다.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많아진 이들이 극장을 더 찾기 때문이라는 다소 '질투 섞인'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해리포터의 상승세는 경이적이다. 입장료가 오른 이유라지만 단순 입장객수를 비교하더라도 첫 3일 동안 1610만명이 영화를 관람, 쥬라기공원의 1570만명보다 많다. 실업자들이 늘어난 탓이라지만 최근 극심한 불황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테러 후유증으로 인파가 많이 몰리는 곳에 가기를 꺼리는 심리가 확산된 상황에서 쏟아진 기록임을 고려하면 해리포터의 성공에 대해 이의를 다는 것으로는 궁색하다.

■ 프로젝트 가치 100억달러 이상


해리포터의 성공은 우선 원작(原作)의 인기에 힘입은 바 크다. 11세 꼬마 마법사 해리포터의 모험 과정을 담은 판타지소설 해리포터는 세계 200여 나라에서 47개 언어로 번역돼 1억2000만권 가량 판매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 7월 8일 출간된 4편 '불의 술잔'은 판매 보름 만에 미국 내에서만 380만권이 판매됐다.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는 '불의 술잔' 발매 이전에 받아 놓은 주문량이 35만권에 이르렀다. 미국 내 최대 서점체인인 '반스 앤 노블'은 이 책을 사전 주문(36만권)과 인터넷(10만권) 등을 포함, 단 이틀 동안 50만권 이상 판매하는 기록을 올리기도 했다. 영국판 아마존 사이트에는 내년 7월 발간될 예정인 5편에 대한 예약 주문이 벌써부터 쇄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금까지 1~4권을 합쳐 400만권 이상 팔리고, 역시 수백개의 해리포터 동호회가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렇다고 좋은 원작이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때로는 원작에 대한 인기가 영화나 캐릭터산업에서는 거꾸로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줄거리가 미리 알려져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어렵다. 출판물을 통해 형성된 주인공의 성격을 영상으로 복제해 내기도 만만치 않다. 변형을 가하자니 모험이 뒤따른다. 하지만 지구촌 최대 종합 엔터테인먼트그룹의 입체적이고, 치밀한 마케팅 전략은 원작의 성공을 뛰어넘는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냈다.

해리포터를 영화로 만든 워너 브러더스사의 모기업은 AOL타임워너그룹. 지난해 1월 세계 최대 온라인 서비스업체 AOL이 초대형 전통 미디어그룹 타임워너를 인수·합병하면서 탄생한 미디어 제국이다. 영화 제작에서부터 잡지(타임), 인터넷(AOL), 방송(CNN) 각 분야별로 최고 기업들이 망라돼 있다. 까다로운 미국 당국의 합병 승인을 거쳐 이 거인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꼬박 1년. 합병 초에는 '온·오프라인의 위협적인 결합'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1년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닷컴의 몰락과 정보통신 분야의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자칫 '빙하기의 공룡' 신세로 전락할 처지에 처했다.

우여곡절을 거쳐 탄생한 합병 회사가 각 부문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착수한 프로젝트가 해리포터. 그리고 지금 월스트리트와 할리우드에선 이 프로젝트의 가치를 '10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하며 '대박의 신화'를 해부하기에 바쁘다.

첫번째 성공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영화 제작사 워너 브러더스의 '원작 살리기' 전략이다. 지난해 1월 이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최우선으로 정한 원칙으로 영화 제작에서부터 원작을 최대한 살려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섣부른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성공한 '원조'의 장점을 최대한 업고 가자는 이 작전은 영화 자체적으로도 주효했다. 인간의 상상은 무엇이든 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한 첨단 컴퓨터그래픽은 소설 속의 환상적인 장면을 재현해 내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미국의 많은 관객들은 "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을 다시 한번 읽고, 영화를 보고 난 뒤 또 한번 읽는다"고 말하고 있다. 만일 워너브러더스가 원작의 재해석을 시도했다면 지금의 격찬 대신 전 세계 해리포터 매니아들로부터 돌팔매가 쏟아졌을 것이다. 심지어 지금도 몇몇 팬들은 "책 표지에는 번개가 해리포터의 이마 중앙을 때리고 있는데 영화 예고편에서는 번개 상처가 약간 오른편에 치우쳐 있다"며 영화가 원작과 다르다고 항의하고 있을 정도다.

■ 코카콜라, 1억 500만달러에 스폰서 계약


워너브러더스는 영화 홍보전략에서도 원작의 신비감을 최대한 유지했다. 세 명의 꼬마 주인공들은 기자회견에 나타나긴 했지만 곧 자리를 떠나 언론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했다. 그 이후에도 영화 제작기간 동안 배우들에 대한 접근은 통제됐다. 영화 세트 내부는 출입자가 철저하게 제한됐으며, 영화 제작에 관련된 뒷얘기도 완벽하게 비밀에 부쳐졌다. 마치 영화 제작이 마법의 성에서 이뤄지는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영화 제작에 관계된 사람들에게도 마법사로서 해리포터의 이미지를 유지하도록 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심지어 해리포터 역을 맡은 아역 배우가 일상생활 중에도 탄산음료를 마시지 못하도록 했을 정도다. 워너브러더스는 영화 제작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도 영화와 관련된 사진을 공개하는 것을 최대한 늦췄다. 지난해 말 처음 선보인 영화 포스터도 '해리포터'라고 적힌 양피지 조각을 배달하는 흰색 올빼미가 그려져 있을 뿐 해리포터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았다.

관객들을 마법의 성 안으로 한 발짝씩 끌어들이는 홍보전략은 지난 3월 처음 극장 스크린에 나타난 첫번째 예고편에서도 잘 구현됐다. 이미지만으로 영화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를 소개할 뿐 대사는 단 한 줄도 들어가지 않았다. 달밤에 호그와트에 보트를 타고 도착하는 마법사학교 학생들의 모습이 거리의 광고 게시판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개봉 2주 전인 11월 2일 선보인 마지막 예고편에는 최근에 완성된 환상적인 특수 효과 장면을 삽입, 영화를 목마르게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곧 마법의 세계가 나타날 것임을 강력히 암시했다. TV와 인쇄 매체를 통한 광고와 홍보는 영화 시사회 이후 개봉기간까지 단 2주간에 집중됐다.

원작의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전략은 영화 개봉 후에도 변함이 없다. 신비스러움이 사라지는 순간 해리포터의 생명력이 끝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10여년에 걸쳐 해리포터 시리즈를 끌고 나갈 예정인 워너브러더스측은 영화와 관련제품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유지하되 자칫 이미지가 과대 포장되거나 너무 많이 노출됨으로써 '꼬마 마법사가 상업화됐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원칙에 따라 스폰서 계약도 철저히 관리했다. 영화 캐릭터를 활용한 스폰서 계약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폰서 수입이 그만큼 많아질 뿐 아니라 스폰서의 광고활동 등을 통해 영화가 홍보되는 부수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워너브러더스의 인기 시리즈물의 하나였던 배트맨의 경우 스폰서 라이선스가 150여개에 달했었다. 일반적으로 어린이 대상 영화의 경우 패스트푸드 스폰서는 4~5개가 달라붙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해리포터는 영화와 책에 대한 라이선스를 포함해 대표 업종별로 하나씩 모두 85개만의 라이선스를 허가했을 뿐이다.

스폰서 숫자뿐 아니라 스폰서의 캐릭터 활용범위도 해리포터 이미지에 맞춰 엄격하게 제한했다. 해리포터가 특정 제품을 직접 먹고 마시는 모습이나 특정 음식점이나 상점을 이용하는 모습이 나오는 광고는 금지했다. 스폰서 기업들이 해리포터 의상을 입은 사람들을 동원, 놀이공원이나 백화점에 나타나 홍보활동을 할 수도 없다.

음식료 분야에서 단독 스폰서 자격을 얻는 대가로(그것도 1, 2편까지만) 영화 제작비 전액(1억2000만달러)보다 많은 1억5000만달러를 지불한 코카콜라도 등장인물의 얼굴이나 모습을 캔에 인쇄할 수 없다. 해리포터가 콜라를 마시는 내용의 광고도 제작하지 못한다. 워너브러더스측은 "해리포터를 과도하게 노출시키지 않고, 상업화에 변질됐다는 이미지를 주지 않는 것은 스폰서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같은 원칙은 고수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해리포터는 "비디오와 컴퓨터 게임기에 빠져 있던 어린이들을 다시 책으로 끌어들였다"는 찬사와 함께 부모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어린이 캐릭터이기도 하다. 성급한 욕심에 따른 무분별한 해리포터 상품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워너브러더스는 과도한 상업화를 경계하면서 한편으로는 최적의 상업적 효과를 추구하는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 AOL 치밀한 협조체제의 막강 파워


영화 해리포터의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는 거대한 미디어 복합체인 AOL타임워너그룹의 치밀한 협조체제가 꼽힌다. 워너브러더스가 원작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가며 신비감을 증폭시킬 수 있었던 이면(裏面)에는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모기업의 막강한 미디어파워에 대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모기업의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 미국 미디어업계의 원칙이기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영화 개봉을 앞두고는 AOL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해리포터 분위기 띄우기가 본격화됐으며, 산하 매체들은 앞다투어 해리포터 기사를 다루기 시작했다. 영화케이블 채널에서는 예고편을 내보내고, 음반 제작 자회사에서는 사운드트랙 음반을 퍼뜨렸다. AOL타임워너의 탄탄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영화의 홍보, 배급뿐 아니라 이를 활용한 다양한 캐릭터산업, 콘텐츠산업 분야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해리포터의 과도한 노출은 자제한다'는 영화사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이미 미국에서는 관련 상품 시장이 서서히 달아 오르고 있다. 코스코와 같은 대형 매장에는 해리포터 등장인물 캐릭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10만원을 웃도는 '호그와트 성' 레고 블록도 어린이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 보듯 캐릭터 활용 비즈니스의 활용 영역은 거의 무한정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미국 내 영화 상영 수익만 2억5000만~3억달러, 캐릭터 관련 제품 매출이 1억~1억5000만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으로 영화가 DVD, 비디오테이프 등으로 제작돼 나오면 역시 1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미국시장에서 발매된 '슈렉'의 경우 DVD 타이틀만 1억달러 이상 팔려 영화 수익을 능가했다. 지금 해리포터 열기는 슈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다. 또한 북미대륙에서 불붙은 해리포터 열풍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관련 수익 규모를 더욱 늘려줄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이제까지의 기록은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비하면 '예고편'에 불과할지 모른다. 현재 해리포터 시리즈는 4권까지 나와 있다. 저자인 J K 로울링은 이 시리즈를 7편까지 계속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워너브러더스는 7편 모두를 영화에 담을 예정이다.

이미 해리포터 첫번째 영화가 개봉된 지 불과 3일 만에 첫번째 영화의 감독을 맡았던 크리스 콜럼버스는 첫번째 영화 등장인물들을 그대로 살려 두번째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제작에 들어갔다. 1, 2편 각본을 쓴 스티븐 클로브스는 또 세번째 작품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영화 각본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제 2편은 1편 개봉일로부터 꼬박 1년 뒤인 내년 추수감사절 직전 금요일 개봉될 예정이며, 제 3편은 2003년 추수감사절에 개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첫 편을 본 관객들의 입에서 속편에 대한 기대가 터져 나오는 것으로 보아 두번째, 세번째 영화의 성공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 중간에는, 이를 테면 내년 7월 다섯번째 책 '해리포터와 불사조의 명령'이 발행되면서 해리포터 인기는 또 한번 증폭되고, 관련 상품의 매출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7편까지 영화가 마무리 되면 관련 매출액이 100억달러를 넘고, 순이익은 2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꼬마 마법사'를 활용한 첨단 미디어 그룹의 ‘마술’과도 같은 경영전략을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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