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들 학교생활 적응했을 때 내 일 시작해야” 전업주부 20년 익힌 요리솜씨가 밑천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 “이거 베트남 요리 맞아요?” 일명 ‘광화문의 청담동’으로 불리는 서울 파이낸스센터빌딩 식당가. 그중에서도 베트남 퓨전요리를 앞세워 성공한 ‘미세스 마이’ 사장 황정연씨는 요리의 정체성을 묻는 사람들에 시달린다. 연두부 아몬드, 미 크리스피, 칠리 크랩, 불고기 스테이크 등 음식명은 생소한데 맛은 매콤달콤새콤한 게 영락없는 ‘코리안 스타일’이기 때문. “엉뚱하게도 무국적이란 단점이 주효했지요. 한국 음식, 베트남 음식에서 좋은 점만 뽑아와 제 입맛에 맞게 응용한 건데,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니 신나네요.” 그의 창업과 육아 스토리가 재미있다. 결혼한 지 20년이 되도록 집에서 남편과 아이 셋을 키우느라 청춘을 다 바친 오리지널 전업주부. 시댁 어른들 몰래 방송사 주부 리포터도 지원해보고, 영화사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번번이 들통나 그만둬야 했다. 그러다 기회가 왔다.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면서 음식점을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친구 좋아하는 남편따라 떼거지로 몰려드는 손님들 치르느라 요리를 조금 할 줄 알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베트남 요리를 바탕으로 이것저것 조합하고 실험하면서 메뉴를 만들었습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처음 연 식당은 장소도 협소한 데다 타깃으로 정한 손님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맞지 않아 실패했다. 그 무렵 파이낸스센터 빌딩이 문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선 방과 홀, 테라스까지 갖춘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메뉴도 광화문 인근의 젊고 세련된 샐러리맨들에게 적중하겠다고 확신했다. 또 한번 실패할까 두려웠지만 20년간 쌓은 살림 노하우를 믿어봤어요. 몸은 고단해도 ‘내 일’이 생겼다는 기쁨에 메뉴는 물론 인테리어부터 주방도구, 그 장만까지 제가 다 나서서 했습니다. 업자들에게 그냥 맡기면 하자가 많아요. 문을 연 뒤에는 그야말로 교통정리하느라 바빴지요. 어느 테이블에 어떤 음식이 어떤 순서로 나가느냐를 한눈에 파악하고 있어야 실수가 없으니까요.”
음식점을 열고 싶은 주부가 있다면 황씨의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선 메뉴는 자기가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음식점 성공의 관건은 ‘맛’이다. 큰 규모로 시작할 필요도 없다. 고정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창업에 관련된 세무 문제, 법적인 문제도 미리미리 공부해둬야 한다. “책으로도 모자라면 단골식당 주인장을 물고 늘어지세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관리다. “손님은 무조건 옳다고 믿으세요. 자존심 상하지만 그게 정도지요. 제 경우 불평하고 돌아가신 손님은 반드시 기억했다가 다음에 오시면 최선을 다했습니다. 실수를 인정하면 고객은 용서하게 돼 있습니다.” 직원 관리도 손님 이상으로 중요하다. 레시피는 물론 그날그날의 수입과 지출을 공개하고, 인센티브 제도를 둬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3D 직업이니까요. 기름 쓰고 물 쓰는 바닥에서 종일 서있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안해본 분은 몰라요. 그래서 저는 직원 뽑을 때 자격증은 안봐요. 열정과 성실함만 갖추면 되지요.”
한 가지 또 있다. “아이들이 안정되게 학교 생활에 적응했을 때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단다. 황씨는 5월 말 여의도에 또 하나의 가게를 차린다. 한국식 데리야키로 승부를 거는 테이크아웃 점포.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음식점 창업 노하우도 곧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 |